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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리뷰 : "냉동실이 내어준 소박한 여름밤의 타협" - 크라운 빙수하임 리뷰 본문

푹푹 찌는 여름밤, 시원한 팥빙수 한 그릇이 간절해 배달 앱을 켰다가 사악한 배달비에 조용히 창을 닫았다. 대신 마트 앱에서 직관적인 이름의 '빙수하임'을 발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6,900원. 과자 한 박스치고는 꽤나 콧대 높은 가격이지만, 배달 빙수보다는 싸다는 핑계로 기꺼이 올여름 냉동실 비상식량으로 들여놓기로 했다. 🍨

배송된 상자 뒷면. 100g당 529kcal라는 숫자가 보인다. '여름 한정'이라는 산뜻한 타이틀치고는 꽤나 묵직하고 가차 없는 열량이다. 하지만 덥고 불쾌지수 높은 여름밤을 무사히 버텨내려면 이 정도 당분은 훌륭한 연료가 되어주겠지. 뻔뻔하지만 그럴싸한 합리화와 함께 차분하게 시선을 거둔다.

배송이 오자마자 미련 없이 냉동실에 푹 얼려둔 녀석을 꺼냈다. 손끝에 닿는 서늘한 냉기와, 팥빙수를 연상시키는 짙은 팥죽색 패키지. 과연 얼어붙은 웨하스 속에 팥빙수의 맛을 어떻게 구현해 냈을지, 리뷰어로서의 호기심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바스락-' 차가워진 봉지를 뜯어내자, 예상치 못한 쨍한 초록빛 자태가 툭 튀어나왔다. 말차 팥빙수 컨셉이라더니 겉옷부터 아주 정직한 초록색이다. 하지만 코끝을 킁킁대봐도 쌉싸름하고 진한 말차 향보다는 아주 옅고 은은한 차 향기만 감돌 뿐이라, 살짝 고개가 갸웃해진다. 🌿

꽁꽁 언 하임을 '파삭-' 하고 베어 무는 순간, 입안에서 명확한 팩트 체크가 이루어졌다.
겉면의 초록색 말차는 그저 예쁜 색감을 내기 위한 거들 뿐. 혀를 감싸는 건 아주 익숙하고 달달고소한 '팥크림'의 맛이다. 진짜 빙수 특유의 사각거리는 얼음이나 말차의 깊은 쌉싸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말차 팥빙수'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그냥 '팥크림 하임'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정직하달까.
하지만 실망스럽진 않다. 차갑게 굳은 팥크림의 달콤함과 하임 특유의 경쾌하고 바삭한 웨하스 조합이 워낙 안정적이라, 맛 자체는 꽤 훌륭하니까. 1.5티어급의 혁명적인 빙수 맛은 절대 아니지만, 하임이라는 브랜드 특유의 튼튼한 기본기 덕분에 여름밤 냉동실 한 켠을 내어줄 만한 '2티어'로 차분하게 기록해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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