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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리뷰 : "노르망디의 바람을 기대했건만" - 이즈니 생메르 버터와플 내돈내산 리뷰

AI바라기 2026. 4. 21. 13:29

 

 

 

 

마켓컬리의 과자 페이지, 유독 기품을 뽐내는 노란색 상자 하나가 발길을 붙잡았다. 유독 기품을 뽐내는 노란색 상자 하나가 발길을 붙잡았다. 분명 내가 수십 년간 알고 지낸 친숙한 '버터와플'인데, 겉면에 프랑스의 명품 버터 '이즈니 생메르(Isigny Sainte-Mère)'의 엠블럼이 훈장처럼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릴 적 믹스커피에 찍어 먹던 그 서민적인(?) 고급 과자가, 진짜 하이엔드 원료를 듬뿍 머금고 귀족이 되어 돌아왔다. 3천 원대면 살 수 있던 오리지널의 자리를 밀어내고, 7천 원에 육박하는 도도한 몸값을 자랑하는 이 녀석. 과연 그 두 배의 가격 차이를 미각으로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기어코 지갑을 열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와 상자 뒷면을 마치 고문서를 해독하듯 찬찬히 훑어보았다. 오리지널 버터와플이 가공버터와 버터향으로 그 익숙한 풍미를 냈다면, 이 녀석은 진짜 이즈니 생메르 버터를 11%나 품고 있다. 영양성분을 보니 100g당 462kcal. 오리지널(26g당 125kcal)과 환산해서 비교해 보면 칼로리나 당류(33g), 지방(14g) 등 전체적인 영양 스펙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결국 성분표가 말해주는 진실은 단 하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영혼(버터)의 급수만 올렸다'는 것.

 

 

큰 상자에서 낱개 포장 하나를 꺼내 들었다. 보통의 은박 포장이겠거니 했는데, 무광의 차분한 골드빛 포장지가 꽤나 고급스럽다.

 

정직한 폰트로 적힌 '버터와플' 글씨 아래로 프랑스 국기를 연상케 하는 3색 포인트, 그리고 하단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즈니 생메르(Isigny Sainte-Mère)'의 푸른색 로고까지. 포장지에서부터 "나 원래 알던 그 녀석 아니오, 꽤 비싼 몸이오" 하고 온몸으로 외치고 있는 듯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골드빛 포장지를 조심스레 뜯었다. 매끈한 격자무늬 자태를 뽐내는 3개의 와플이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정정한다. 온전한 건 두 개뿐. 나머지 하나는 운송 과정의 험난한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나 있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온 이즈니 버터의 고귀한 태생도, 대한민국 택배 박스 속 롤러코스터 앞에선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부서진 덕에(?) 단면이 일찍 드러난 탓일까, 깨진 조각 사이로 은은하고 부드러운 버터의 향기가 훅 끼쳤다. 확실히 오리지널 특유의 찌르는 듯한 짙은 향과는 달리, 조금 더 조심스럽고 우아한 냄새다.

 

 

 

조심스레 온전한 녀석 하나를 집어 들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비춰본 노릇한 빛깔이나 표면에 새겨진 정갈한 격자무늬는 놀랍도록 익숙하다. 셜록 홈즈가 돋보기를 들고 와도 외형만으로는 오리지널과 절대 구별해 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평범한 겉모습 속에 노르망디의 바람과 이즈니 생메르 버터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뛰게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과자를 입가로 가져갔다.

 

 

 

 

 

입술 사이로 과자가 들어오는 찰나, 시중의 인공 버터 향과는 궤를 달리하는 고결한 풍미가 콧속으로 밀려들어오며 나를 프랑스의 어느 시골 마을로 인도할 것만 같았다.

 

어금니로 과자를 씹는 순간, '오독-' 하는 경쾌한 마찰음과 함께 파편들이 입안으로 흩어졌다. 혓바닥 위로 녹아내리는 이즈니 버터의 실크 같은 촉감, 미뢰를 섬세하게 자극하는 고급스러운 우유의 풍미! 내 뇌의 시냅스가 맹렬하게 돌아가며 이 맛에 대한 완벽하고도 정확한 문장을 끄집어냈다.

 

"뭐야, 그냥 버터와플이잖아?"

 

그렇다. 진짜다. 프랑스니 뭐니 거창하게 수식어를 붙였지만, 놀랍도록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맛이었다. 눈을 감고 먹으면 우리 엄마도, 옆집 아저씨도, 심지어 프랑스인 제빵사도 "오, 꼬레아 버터와플 맛있네요" 할 만큼 완벽히 똑같은 첫인상이었다. 7천 원짜리 미식 여행의 종착지가 결국 동네 마트 매대 앞이라니. 살짝 헛웃음이 났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천천히, 과자 가루가 침과 섞여 완전히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까지 음미해 보자, 그제야 그 익숙함 뒤에 숨은 '자본주의의 섬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식감이 다르다. 오리지널이 입천장을 위협할 정도로 '빠작!!' 하고 호쾌하게 부서진다면, 이 녀석은 조금 둥글고 얌전하게 '바삭-' 하며 바스러진다. 좀 더 라이트하고 부드럽다.

그리고 단맛의 여백. 오리지널은 씹을수록 혀에 쩍쩍 달라붙는 진득한 달콤함이 있었는데, 이즈니 버전은 단맛이 한풀 꺾여 있다. 단맛이 조용히 물러난 그 자리에 이즈니 버터 특유의 담백하고 은은한 풍미가 맴돈다.

마지막 조각을 털어 넣으며 결론을 내렸다.


이 과자는 분명 기존 버터와플의 우아한 상위 호환 버전이다. 인공적인 맛이 줄고 질감이 고급스러워졌다. 다만, 이 미세한 '오디오의 해상도 차이' 같은 섬세함을 느끼기 위해 두 배의 돈을 낼 것인가 묻는다면 대답은 '글쎄요'다.

 

나처럼 신상 명찰이 붙은 과자는 무조건 장바구니에 넣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기분 내기용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평소 오후 3시, 믹스커피나 우유에 곁들일 전투용(?) 간식을 찾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반값표가 붙어 있는 오리지널 316g 대용량을 집어 들 것이다.

 

익숙함이라는 무기는, 이즈니의 명성조차 한 번에 박살 내버릴 만큼 무섭고 위대했다.

 

 

 

 

 

 

 

신상 티어 : 3티어